[핸즈온] 기대와 우려 속에 드디어 공개된 ‘창세기전 회색의 잔영’은 어떤 모습

1990년대 한국 게임을 대표하는 ‘창세기전’의 부활을 알린 게임 ‘창세기전 회색의 잔영’이 긴 시간을 지나 드디어 공개됐다.

6년이라는 오랜 기간 동안 개발했음에도 불구하고 게임에 대한 정보가 거의 공개되지 않아 기대 반 걱정 반이라는 평가를 받았던 이 게임. 드디어 출시일도 결정됐고 지스타 개막과 함께 체험판을 공개하는 등 본격적인 출시 채비에 들어간 모습이다.‘창세기전 회색의 잔영’은 스위치용으로만 먼저 출시된다. 닌텐도E샵에서는 16일, 체험판이 공개됐다. 체험판은 1, 2장까지 즐길 수 있고 클리어한 데이터는 나중에 본편을 통해 이어서 플레이할 수 있다.

‘창세기전’ 시리즈는 매력적인 캐릭터와 거대한 대서사시를 자랑한다. 도입부는 그러한 ‘창세기전’의 장점을 현대 감각에 맞게 재구성한 모습을 보여준다. 특히 캐릭터의 더빙은 꽤 공을 들인 느낌이다. 원작 자체가 대사가 많은 게임이기 때문에 본편에 수록됐을 대사양이 얼마나 될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. 하지만 대사의 간격이 너무 길다. 특히 자동으로 해 놓으면 다음 대사로 넘어가기까지 많은 시간이 걸린다. 대사 사이의 텀을 줄였으면 하는 바램이 있다.

‘창세기전’은 SRPG 장르의 게임이다. 리메이크된 ‘창세기전 회색의 잔영’도 SRPG 방식으로 전투가 이뤄진다. 특히 턴 방식 SRPG에서는 전투의 비중이 상당히 높다. 전투가 재미있게 전개되어야 오랜 시간을 들여 전투를 즐기는 맛이 있기 때문이다. 그렇지 않으면 지루해지기 마련이다. 특히 실시간 게임이 인기를 끄는 지금 턴 방식 게임은 지루하다는 평가를 하는 사람도 많다. 일부 매니아들만 하는 게임이라는 평가를 받기도 한다. 그러나 최근 수년 동안 턴 방식 SRPG 장르에서는 ‘파이어 엠블렘’이 서양권에서도 호평을 받는 등 상당한 인기를 얻었다. 결국 SRPG 게임도 재미있게, 전략성을 잘 강조하면서 만들면 지금도 좋은 평가를 받는다는 것이다.

하지만 ‘창세기전 회색의 잔영’은 핵심적인 부분인 전투의 재미가 뛰어나다고 평가하기는 그렇다. 일단 적들의 공격 패턴도 단조롭다. 적의 공격력만 높은 것 같다. 전투가 펼쳐지는 필드에서는 그 어떠한 변수가 보이지 않는다. 엄폐물 등 구조물을 이용한 플레이가 보이지 않는다. 그래서 넓은 필드에서 너 한대 패고 나 한대 패고처럼 단순한 느낌이다. 또한 전투를 할 때 보는 재미가 없다. 이는 탑뷰 시점으로 전투가 진행되기 때문이 아닐까 하고 생각된다. (sources from resopp-sn.org) 탑뷰 시점에서 캐릭터가 이동하고 적을 만나 칼질을 하고 이펙트 정도가 나온다.

반면 ‘파이어 엠블렘’ 같은 경우는 캐릭터의 백뷰 시점에서 전투가 발생한다. 캐릭터의 모습을 더 상세하게 볼 수 있고 전투의 액션도 더 생생하게 표현된다. 때로는 이벤트 장면을 통해 캐릭터의 얼굴 표정 연출을 통해 플레이어의 감정이입도 높여준다. 그러나 ‘창세기전 회색의 잔영’은 이와 같은 요소가 거의 없다. 초필살기를 사용할 때 캐릭터를 클로즈 업하며 연출 장면이 나오지만 그 외의 전투는 모두 탑뷰 시점에서 이동과 타격이 전부였다.

전투 필드에서변수요소도 없다. 이 게임은 필드를 이동하다가 적을 만나면 그 위치에서 전투가 발생하기 때문에 전투 필드에 여러 제약을 추가하기가 어려웠을 것이다. 그러나 그 덕분에 이 게임의 전투는 밋밋하다. 특정 이벤트 상황의 전투가 아닌 한 전투는 단조롭다는 느낌이다. 그래도 2장을 진행하다 보면 날씨의 변화 등을 통해 향후의 전투는 마냥 변화가 있을 것처럼 보여주고 있다. 또한 2장 후반에는 적들의 지원군이 나온다거나 플레이어는 이동할 수 없는 지역에서 마법으로 공격하는 적 등 향후 전투를 기대해 볼만한 장면들이 나온다. 정식 버전에서는 더 발전한 전투가 펼쳐지기를 기대한다.

마지막으로 UI, UX가 상당히 불편하다. 보통 SRPG들은 캐릭터의 행동이 끝나면 흑백으로 처리하여 행동이 끝난 캐릭터라는 것을 표시해 준다. 그리고 행동이 가능한 캐릭터로 커서를 이동시켜 준다. 하지만 이 게임은 그러한 요소들이 전혀 없다. 또한 상점에서 아이템을 구매했는데 전투에서는 반영이 안된다. 모든 캐릭터는 개개인이 포션 2개를 갖고 있다. 이를 사용하면 더 이상 회복할 수 없다. 그러나 보통 일반적인 SRPG들은 상점에서 구입한 포션을 모든 캐릭터가 공용으로 사용한다. 그래서 이 게임은 상점에서 포션이나 아이템을 구입했어도 게임에 즉시 반영할 수 없어 불편하다. 또한 전투가 끝난 후 필드 이동에서는 체력회복도 할 수 없다. 체력이 약하면 그 상태 그대로 필드를 이동하다가 전투가 진행된 후 체력 회복을 시켜야 한다. 이 게임은 전투가 종료된 후 캐릭터 체력이 자동으로 회복되는 방식이 아니기 때문에 필드 이동에서도 아이템 사용이 자유로워야 하지 않을까 하고 생각한다.

아직은 체험판일 뿐이고 정식 버전이 아니기 때문에 이 게임에 대한 모든 것을 알 수는 없다. 개발자들도 지적한 요소들이 불편하다는 것을 알고 있을 것이다. 따라서 출시 버전은 더 많은 부분이 개선됐기를 기대한다.